제목 : 우주해적 레드독
원제 : Once Around The Sun (scifi, mF, teen, nc, bond, mdom)
저자 : Caesar
역자 : BaronK
내 이름은 토드 셰퍼드다. 이 이야기는 내가 어떻게 해서 해적이 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그냥 시시한
해적이 아니라 악명 높은 해적단 레드독(Red Dogs)의 당당한 대원이 되게 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는 생소하게까지 느껴지는 먼 옛날 어린 시절로.
우리 가족은 내가 태어 난 행성 유리V(Ulie V)에서 일어난 이교도 간의 전쟁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이교도들 간의 적대감이 오랜기간 잠복되어 있다가 마침내 분출된 것이기에 전쟁은 잔악하게 변해 갔고
일반시민들도 그 피해를 입게 되었다. 양 진영간에 상대방 이교도를 말살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종
교적인 이유를 떠나 닥치는 대로 죽이거나 추방하기 일쑤였다. 우리 가족은 망명선에 몸을 맡기고 광란
의 도가니로부터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안전하게 탈출하지는 못했다. 누이는 마구잡이로 뿌려져 있는 지뢰에 한쪽 다리를 잃어야 했고
아버지도 심한 부상을 입었다. 돈도 바닥이 났다. 전쟁은 우리에게서 거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혼란의 와중에 부모님이 내게 심어 주려고 했었던 가치관이나 도덕심에 대한 나의 태도는 변하고 있었
다. 처음 두 세력간의 작은 분쟁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겨우 아홉 살이었다. 전쟁이 도시로 번졌을 때는
열살이었다. 그 때 탱크가 불을 뿜어 건물을 박살내고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열한살 때는 사람들이 뭉쳐 다니며 살아 남기 위해 다른 별로 망명하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양쪽의 종
교 위원회에서는 자기 진영과 적 진영의 사람들을 격리시켜 학살을 막으려고 시도했는데, 그것은 전쟁
기간 동안 경계선 구실을 하게 되었다.
열두살 때는 치과의사가 누이의 다리를 자르고 의족을 달아 주는 동안 그녀를 누르고 있어야 했다. 열세
살 때 아버지는 거의 넉달간 실종되었다가 알아 볼 수도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열네살 때 몇 명의 남자들이 나를 병사로 징집하기 위해 우리집에 왔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남은 전재
산을 털어서 그들을 매수하였다. 그들은 1년 후에 다시 오기로 하고 돌아 갔다. 열다섯살 때 우리는 그
더러운 세계로부터 우리를 구출해줄 우주선이 있는 곳을 향해 길을 떠났다.
제국에서는 이런 일들을 좌시하지 않고 감시단과 평화 유지군을 파견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절망적인
상태에 이르러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제국의 군대가 다가 오면 양 진영은 전투를 멈추었지만, 그들이
사라지면 재개하곤 했다.
우리 행성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내 유년시절은 무참히 파괴되었다. 그것은 우리가족 뿐 아니라 모
든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었다. 우리 행성의 주민들, 제국, 그리고 고향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
던 부모님 모두에게 그 일은 수치스런 일이었다.
어쨔거나 살아 남은 나는 행운아에 속했다. 대부분은 그러지 못했으니까....
낡고 오래된, 냄새나는 화물선에 몸을 싣게 되자 우리 부모는 살았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앞으로 어
떤 커다란 재앙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
선실 안에 유일하게 켜 놓은 등불이 쉭하고 꺼졌다. 어둠 속에서 깨어나 보니 뭔가 이상했다. 우주선이
멈춰 있었다. 낡은 엔진 소리도,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도 깨어나 있지 않았다.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땀에 젖은 쟈켓에 머리를 뉘이고 내 가슴에 기댄
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은 공간에 백여명이 넘게 수용되어 있어 잠잘 땐 서로 포개져서 자야만 했
다. 차가운 금속 바닥 위에는 용변을 보기 위해 만든 임시변통의 물통 외에는 아무런 편의 시설도 없었
다.
금속과 금속이 충돌하는 느낌이 들더니 갑판의 문이 조금씩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우주선이 우
리 우주선을 움켜잡고 도킹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나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갑자기 모든 전등에 불이 들어와 눈이 부시게 되었다. 동시에 놀라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다.
우주선 승무원들이 볼 때 우리들은 단순한 가축 정도에 불과할 뿐이었기에 선실 해치는 항상 잠겨 있었
다. 보잘 것 없는 난민들... 해치를 열고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조차 없었기에 모두들 일어선 채 안내방
송만을 기다렸다.
안내방송 대신에 선실 해치가 갑자기 열렸다. 겁에 질린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선실문가에 있는 사람들
로부터 안쪽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공포심이 쫘악 퍼져 갔다.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었다.
어머니는 나와 누이의 어깨를 감쌌다. "별거 아닐 거야." 아버지는 멀쩡한 한쪽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
며 말했지만 본인도 무사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금속성의 목소리가 선실문쪽에서 울려 퍼졌다. "남자들은 갑판으로, 여자와 어린애들은 우현으로 가라."
승선한 이래 이런 일들을 많이 겪어 왔기에 우리들은 곧 지시대로 움직였다. 그런 가운데 공포심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팔짱을 꼈다. 난민들이 서로 밀치고 떨어지는 속에서도 우리는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싹 붙어 해치를 향해 나갔다.
입구에는 일곱명의 남자들이 서 있었다. 네명은 전투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전투갑옷은 비싼 장비라
서 우리행성의 군대에도 지급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제국 군대도 아니었다. 유니폼이
나 표식도 달고 있지 않았다. 몇 년 전 제국 군대의 무기와 전투갑옷에 대해 읽은 기억이 났다. 전투갑
옷은 각각의 조각들이 밀봉 연결되어 우주공간에서나 물속에서도 활동할 수 있고, 무기와 통신기기들도
완벽하게 장착되어 있었다.
난민들이 정열을 마치자 네명의 선원이 들어와 한편에 두명씩 나누어 서서 위압적으로 쳐다 보았다. 안
면부가 커다란 유리로 덮힌 선원의 눈이 훑고 지나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전율이 느껴졌다.
각기 다른 복장을 한 나머지 세 사람은 무기를 들고 정열해 있었다. 그 중 한사람은 우리에게 식사를 배
급하고 변기통을 청소해 주는 일을 맡고 있는 족제비같은 놈이었다.
체격이나 태도로 보아 대장인 듯한 사람을 살펴 보았다. 커다란 체격에 잘 재봉된 비싼 의상을 걸치고
귀족적인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족제비 같은 놈은 대장의 앞에서 굽신거리며 아첨하기에 바빴다. 다른
한 사람은 우주선 여기저기를 살펴 보고 있었다.
우리 행성에서 정상적인 상업활동이 중단되기 몇 년전 만화를 몇 개 산적이 있었다. 그 중 내가 제일 좋
아했던 것은 허세를 부리기 좋아하는 해적이 우주공간에서 모험을 펼치는 것이었다. 제국에서 그를 체포
하려고 애쓰지만 유유히 빠져나가며 부자에게서 빼앗은 재물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준다는 흥미와 모
험으로 가득찬 것이었다. 그 책은 환상일 뿐이었지만 이 사람들은 진짜 해적임이 틀림없었다. 처음부터
이 우주선에 타고 있었던 자들은 분명 아니었다.
우리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장은 세 번째 사나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세번째 사나이가 문 옆
에 서서 난민들에게 한사람씩 다가오게 만들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들면 족제비 같은 놈이 난
민들에게 갈 방향을 지시했다. 세 번째 사나이가 고개를 흔들어 모인 인원이 어느정도 차면 선원 한명이
다가와 그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갔다가 혼자서 돌아오곤 했다.
그 일을 얼마간 지켜보는 동안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다. 해적들은 노인과 불구자들은 어디론가 데
려 가고, 젊은이와 건강한 사람들만 남게 하고 있었다. 결국 이 몇 년간 어렵게 살아 남았지만 이제는
우리 가족이 헤어지게 될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이가 줄 앞으로 밀려나갔다가 해치 밖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는 순간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어머니는
다음 차례였다. 그녀는 다시 온전한 난민들 곁으로 돌아 갔다. 어머니가 흐느껴 우는 동안 누이는 거의
기절한 듯이 보였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아버지는 누이와 합류했고 나는 선실안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와 나
는 살고, 아버지와 누이는 죽는 것이다.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때는 왜 우리가 가축들처럼 도살자들에게 끌려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조차 느끼지 못했다. 우리
는 백여명이고 그들은 불과 일곱명 뿐인데. 저항한다면 우리쪽의 희생도 컸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인간성
만은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울부짖는 동안 나도 어머니와 함께 서서 울고 있었다. 그
동안 선원과 남자들은 작업을 마치고 해치 문 앞에 섰다.
그제서야 아버지와 누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밝혀졌다. "여기 너희들은 아직 살아 있다. 여기 없
는 놈들은 모두 우주공간 속으로 쓸려 나갔다."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너희들은 이제 레드독의 노예들
이다. 살고 싶다면 시키는 대로 해라!"
해치가 닫히고 전등도 꺼져 버렸다.
-*-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해적단 레드독 앞에서 느꼈던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식사와 다른 대우들이 보다 규칙적이고 실속있어졌다. 용변기도 정기적으로 청
소해 주었다. 게다가 삼분지 이 이상의 사람들이 우주공간 속으로 던져졌기에 선실은 보다 여유가 있었
다.
가장 달라진 점은 여자들이 가끔씩 불려 나간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어린 계집애들이 불러 나갔었다.
그들은 돌아와 울면서 강간 당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해치 앞에 무장하지 않은 남자가 나타날 때마다
무섭게 떨었다. 그러다 안전하게 남겨졌을 때는 소리를 죽여가며 흐느껴 울었다. 아직 자신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데 안심하긴 했지만 계속 내버려둘 거라고는 볼 수는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걱정하지 말라는 말 조차도 할 수 없었다. 해적들의 겁탈로부터 그녀를
구출하는 것을 상상만 할 뿐이었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잠들 때까지 꼭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그 때 겨우 열다섯 살이었지만 선실 안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였다. 처음 우리가 우주선에
승선했을 때에도 남자들은 소수였고 대부분 어린애이거나 부상자들이었다. 남자들은 거의 다 전쟁에 끌
려 나갔었으니까. 게다가 이제 해적들이 노인이나 부상자들을 없애 버렸으니 한 무리의 소년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해적들이 그들의 쾌락을 위해 소년들까지 데리고 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제는
소년들까지? 나 자신도 더 이상 강간당하는 것으로부터 안도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그들이 어머니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수긍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그 중 한 남자를 따라갔다. 내가
따라가려고 하자 여자들이 나를 붙들었다. 눈물이 시야를 가렸다. 그녀는 두시간 뒤에야 돌아왔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내 옆에 누워 멍하니 우주공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할
말도, 할 수 있는 일도 내게는 없었다. 그들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상상할 수 없었다.
그들은 어머니를 찾아 금새 다시 오곤 했다. 그녀는 젊고 싱싱한 십대소녀들 보다도 더 인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어머니가 인기있는 이유가 농염함과 복종심 때문이라고 소근거리는 소리를 들었었다. 곧 그녀
가 불려 나갈 때마다 나도 더 이상 울지 않게 되었다.
-*-
남자들이 천천히 우리 줄을 검사하며 걸어갔다. 어머니 차례가 왔을 때 한 남자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
다. "안녕, 사라?"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는 어머니의 치아와 관절을 검사하고 심장 박동을 들어 보고는 복용할 약을 주었다. 비타민이라고 들
었지만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들의 말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가축과도 같은 우리들
에게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
내 차례가 오자 그는 어머니에게 했던 검사를 반복했다. "네 이름이 벅(buck)이냐?"
"토드입니다." 겁에 질려 떨면서 대답했다.
"너 사라의 애새끼 맞지?" 그는 강한 억양을 갖고 있었지만 알아 들을 수는 있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네가 너희 집안의 유일한 남자냐?" 그는 나를 보며 씩 웃었다. 도대체 그가 무슨 의도로 말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웬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 우려가 맞아 떨어졌다. 어머니가 말했다. "그 애는 아직 아무 것도 모릅니다, 선생님. 제발...."
그는 낄낄 웃으며 다시 한번 나를 쳐다 보았다. "그래? 그럼 네 애새끼가 되먹지 못했다고 호이에에게
말하지." 그가 다음 사람을 검사하며 줄을 내려가는 동안 어머니가 훌쩍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후 나는 호이에의 부름을 받고 놀랬다. 두 사람을 따라 선실을 나섰다. 또 한사람은 내 뒤를 따라왔
다. 막연한 공포감에 질려 눈 앞에 안개가 낀 듯 몽롱한 상태에 있었기에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
다.
부드러운 음악과도 같은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나가라고 말하잖아. 이 어린놈은 조금도 위험하지 않
아." 호이에의 웃는 얼굴을 쳐다 보았다. 나를 강간하려는 남자였다. 내 뒤의 문이 닫히자 딱딱하지만
안락한 가구를 갖춘 레드독의 장교 숙소에 혼자 남게 되었다.
"네 나이 또래의 사내애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 난 운이 좋아. 네 이름이 뭐지, 꼬마야?"
사실 난 꼬마라고 볼 수는 없었다. "토드입니다."
"토드라. 토드, 토드, 토드......" 마치 듣기 좋은 소리라도 되는 양 그는 내 이름을 반복해서 불러 보
았다. 호이에는 내가 본 가장 이상한 남자였다. "좋은 이름이야. 하지만 나랑 있을 때는 넌 그저 갈보
(Slut)라고만 불리게 될거야." 그는 가만히 내 턱을 움켜 쥐며 말했다. "알았나, 갈보?"
"예, 선생님"
"착한 애군." 키스를 하려고 그가 몸을 숙였다. 불쾌감에 고개를 돌렸지만 그가 손아귀에 힘을 주고 끌
어 당겼다. 그는 마네킹처럼 립스틱이나 파우더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저런, 저런, 못된 꼬마군." 그가 킬킬 웃으면서 뒤로 물러나 말했다. "옷을 벗어라, 갈보야."
나는 겁에 질려 얼어 붙은 듯이 서 있었다. 메스꺼운 기분도 함께 느껴졌다. 호이에의 페니스가 그의 바
지 속에서 튀어 나온 것을 보았다. 단단하고 빨간 페니스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게 좋으냐?" 그가 자신을 움켜 잡았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넌 이걸 증오하게 될 거야."
나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벗으라고 말했잔아." 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호이에가 엉덩이 벨트에서 작은 광선총을 꺼내 내 얼굴을 겨냥했다. "죽고 싶나, 갈보?" 그는 한쪽 얼굴
을 씰룩 거리며 웃었다. 모든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아닙니다."
"착한 애야, 어서 벗어!" 그가 소리를 지르자 나는 놀라서 펄쩍 뛰었다. 덜덜 떨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
다.
"신난다. 너 꽤 귀여운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내가 차가운 바닥에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되자, 호이에가 내 아랫도리를 쳐다보며 주머니에 손
을 넣더니 작은 알약을 꺼냈다. 코 끝에 갖다대고 찌그러뜨리더니 깊이 들이 마셨다. 그는 다시 한알을
더 꺼내 내게 던졌다. "네 코 밑에 대고 깨뜨려."
시키는 대로 하자 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내 자지가 벌떡 일어서더니 몸에 새로운 힘과 활력이 넘쳐 흘
렀다.
호이에는 광선총을 뒷 테이블에 내려 놓고 자기 페니스를 가리켰다. "이리 오너라, 갈보. 너에게 가르쳐
줄 것이 있어."
나는 꿈꾸는 듯 몽롱한 상태에서 앞으로 걸어가 그의 한 발자국 앞에 멈춰섰다.
"무릎을 꿇어!" 호이에는 흥분에 떨면서 자신을 움켜 쥐고 툭툭 쳤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한 손으로 뒤로 제치더니 내 가슴을 후려쳤다. 나는 앞으로 꼬꾸라지며 무
릎을 꿇은 채 숨을 할딱였다.
그는 킬킬 웃으며 명령을 내렸다. "넓게 벌려!" 쳐다보니 한껏 발기한 페니스가 내 얼굴을 향해 있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마치 구름이 낀 듯, 다른 사람의 일인 듯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나는 앞으로 다가갔다. 호이에에게 다가가며 등 뒤 테이블에 손을 뻗쳤다. 작은 광선총을 쥐고 잡아 당
겼다. 총구를 위로 올려 강간범의 고환에 갖다댔다. 방아쇠를 당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잠금
장치가 되어 있었는데 경험이 없어 그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호이에가 분노와 경악에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자신을 쏘려는 나를 저지하기 보다는 얼른 사정을 끝내려
는 듯 한 손을 계속 움직이면서 다른 손으로는 내 머리카락을 움켜 잡았다. 그가 나를 막 일으키려고 할
때 나는 안전장치를 더듬고 있었다.
마침내 안전장치를 찾았다.
다시 손가락을 방아쇠에 넣고 잡아 당겼다. 광선이 총구에서 발사될 때 얇은 총신이 손아귀에서 흔들렸
다.
호이에의 고환에서 핏방울이 튀었다. 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내 머리를 움켜 잡은 채
놀란 눈으로 날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핏줄기가 그의 고환 뒤에서 항문까지 걸쳐 난 구멍으로부
터 철철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또 한번 방아쇠를 당겼다. 호이에는 내 머리카락을 놓고 뒤로 자빠졌다. 테이블에 부딪힌 후
바닥으로 미끌어졌다. 나는 눈과 입을 멍하니 벌리고 무릎을 꿇은 상태로 날 강간할 뻔 했던 남자를 쳐
다보며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에너지가 떨어져 더 이상 발사되지 않을 때까지 계속 당겼다.
그걸로 모든 게 끝이 났다. 피를 뒤집어 쓴 채 흥분해 날뛰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하지 못하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섰다. 내가 해 낸 것이다. 해적의 총으로 해적을 죽인 것이다.
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어린애도 아니었고, 가축이나 난민도 아니었다. 심지어 노예도 아니었다. 나
는 이제 남자가 된 것이었다. 최소한 거기에 한 발을 디딘 것이었다.
-*-
나는 좁고 빛도 없는 방안에 발가벗은채 누워서 다음번 식사는 언제 올까 궁리하고 있었다. 호이에를 살
해한 후 한참이 지났다. 그를 죽이고 몇분 뒤 발각되었을 때 나는 우주총을 손에 쥔 채 피범벅이 되어
서 있었다. 해병대원들이 무기를 버리지 않으면 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시키는 대로 총을 버렸다.
한 벌거숭이 소년이 자기네 대원을 죽였다는 사실에 해적들은 분노나 적개심 보다는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치심과 동시에 경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존경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 보
았다. 식사 공급량도 두배로 늘었으니까.
두 명의 선원이 내가 마치 위험 인물이라도 되는 양 무기를 들이댄 채 한 방으로 끌고 갔다. 나는 여전
히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두렵기도 하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한 생명을 빼앗은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
다도 나를 두렵게 만든 것은 그 돼지같은 놈에게 응분의 댓가를 치루게 해 준 것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이던지, 한번도 진짜 무기를 다뤄본 적이
없던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얼마 뒤 그들은 나에게 점퍼와 구두를 지급했다. 네명의 해병대원과 장교가 처음보는 지역으로 나를 데
리고 갔다. 승무원들이 여가를 즐기는 곳 같았다. 나는 곧바로 그 레드독 함의 선장인 유마 사령관 앞으
로 끌려갔다.
사령관은 작고 둥근 얼굴에 누런 피부색을 갖고 있었다. 강렬한 검은 눈동자와 잘 발달된 근육의 소유자
였다. 그는 조그만 둥근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두 명의 해병대원이 등뒤에서 총구
를 겨누고 있었다. "호이에가 액운을 당했군."
그가 처음으로 웃었는데, 그 웃음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섬찍한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
는 것이었다. "널 이리로 데려 온 장교에게서 내가 누구라는 얘기는 들었겠지?"
"예, 사령관님." 그는 오래 전에 총에 맞아 죽은 늙은 선장 대신 그 우주선을 지휘하고 있는 선장 직무
대행이었다.
"좋아. 사실 너 같은 애송이가 호이에 같은 개자식을 죽였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아." 그는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내게 밀어 주었다. 전쟁이 발발된 이후 우리 행성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이었
다. 너무 겁이 나서 마실 수는 없었지만 싹싹하게 보이기 위해 잔을 움켜 잡았다. "널 발견한 해병대원
들의 얘길 들어 보았는데 심지어는 그들조차도 자기 눈을 의심하고 있더군. 이봐, 애송이, 넌 정말 타고
난 전사야."
사령관은 웃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어때, 레드독의 대원이 되지 않겠나?"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뭐, 싫다면 원래 네가 있던 곳으로 돌
려 보내주지. 하지만 호이에의 친구들이 복수하려고 해도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입하고 싶습니다, 사령관님." 떨면서 말했다.
"좋았어!" 그는 유쾌한 듯이 보였다. "신병인데 괜찮겠지. 가장 낮은 계급이지. 비록 자네가 그날밤에
저지른 일 때문에 다들 자네를 존경하는 눈치지만 말이야."
고개를 돌려 해병대원들을 바라보니 그들은 육중한 우주총을 치우고 어깨를 으쓱했다. 사령관이 내 안색
을 살펴 보았다. "해병대든, 해군이든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네. 아직은 신병이니까."
"새로 가입한 친구에게 숙소를 하나 내 주고 안내승무원에게 필요한 것을 지급하라고 하게." 그는 내 등
뒤의 한 해병대원에게 말했다. "토드 셰퍼드, 자네는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훈련을 받게 될 거야."
-*-
내가 지켜야 할 의무 조항도 많았지만 거쳐가야 할 단계도 무척 많았다. 이 배에 파견된 레드독 중에서
최하위 계급이었고 심지어는 하급 선원들 조차 나에게 허드렛일을 잔뜩 맡기곤 했다. 각 단계를 거칠 때
마다 점점 더 바빠졌다. 그렇지만 절대로 불평하지 않고 시키는 일을 모두 해내었다.
일이 없을 때는 푸근한 침상에 혼자 누워 고독을 씹었다. 어머니를 보려고 시도했지만 해적들은 노예들
과 교제해서는 안된다며 거부 당했다.
장교와 사관생도들이 식사를 마친후 자리에 앉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데 다른 젊은 해적이 내 앞에 앉
았다. 이름이 티토라고 했던가.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찬찬히 내 모습을 살펴 보았다.
"호이에를 죽인 건 요행이었지?"
그의 의도를 몰라 침을 꼴깍 삼키며 그저 어깨만 으쓱했다.
"호이에의 동료들 중 몇 명은 그의 처사가 지나쳤다고 생각하고 있어."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어
떻게 그 배에서 가장 흉폭한 장교를 죽일 수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니까. "그들은 유마 사령관이 널
입대시킨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식사를 마치고 내 동료를 바라 보았다. 열다섯살도 채 안돼 보였다.
"그냥 경고하는 건데, 차라리 결투를 신청하는 게 좋을 거야."
나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핏기가 싹 가셨지만 어떤 면에서는 흥분에 떨고 있었다. "
알려줘서 고맙다, 티토."
-*-
재머가 승강구 앞에서서 위협적인 눈초리로 나를 노려 보았다. 마침내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체리!(Cherry)" 신병인 내 이름을 기억하는 자는 많지 않았다. 그냥 자기들 편한 대로 불러 대면 그만
이었다. 마침 의무실로 새로운 광학스캐너를 운반하던 중이었는데 팔이 심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재머는 무장을 하지 않고도 덩치의 커다란 해병대원이었다. 근육질에 저능아. 소설에 흔히 나오는 전형
적인 해병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체리(Cherry), 이 자식, 넌 내꺼야. 결투하자구. 후미에 있는 병참사무실에서 네 사이클(cycle-시간단
위) 뒤에 보자구." 침을 탁 뱉더니 돌아서서서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걸어 갔다.
순간 나는 결국 이렇게 끝장나는구나 생각하며 덜덜 떨며 서 있었다.
-*-
유마 사령관이 끼어 들어 화해를 시키려고 했다. 나중에 내가 알게 된 바에 의하면 아무도 결투를 방해
할 권한은 없었다. 결국 공정한 결투를 벌이도록 주선하는데 그쳤다. 물론 내가 이길 것이라고는 그 누
구도 믿지 않고 있었다.
우주선 안의 절반 가까운 인원이 병참 사무실에 모여 들었다. 두려움에 떨며 내가 혼자 문앞에 나타나자
모두들 낄낄 거리거나 웃거나 했다. 링까지 내가 지나가도록 좁은 길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죽음의 길
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재머는 자기 동료나 호이에의 친구들에게 둘러 싸여 링 위에 서 있었다. 유마 사령관이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무기를 집어 들었다. 코스믹볼(Cosmic Ball)이었다. 제국에서는 매우 인기가 있는 스포츠였는
데, 잔인한 특성 때문에 레드독들도 채택하게 되었다.
재머는 사령관이 선택한 무기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 그저 짐승처럼 그르렁거리며 침을 탁탁 뱉고 있었
다. 나도 물론 상관이 없었다. 어떤 결투 무기를 선택하든지 간에 어차피 죽게 될 것이 뻔했으니까.
티토가 다가오더니 내 허리에 벨트를 채우고, 손에다 글러브를 끼워주었다. 자기도 한 손에 글러브를 끼
우고 어린애 주먹만한 작은 공을 집어 들어 내 글러브 안에 넣어 주었다.
"이건 보기와는 무척 달라. 네가 제국 스포츠 채널을 통해 보던 것보다 훨씬 치명적이야. 이 공은 벨트
를 착용한 사람의 살을 파먹는다구."
공은 은색에 딱딱하고 무거운 것이었다. 장갑 안의 금속부분에 달라 붙는데 손을 펼쳐도 여전히 장갑
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공을 던지려면 강한 힘으로 장갑을 휘둘러야만 했다.
"열발자국 정도 날아가거나 그 정도 시간이 되면 공이 다시 돌아 오게 돼" 고개를 끄덕였다.
티토는 무리들 속으로 들어갔다. 모두들 내 피를 갈망하며 점점 더 크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갑자기 재머가 공을 던졌다. 바깥쪽 허벅지를 훑고 지나갔다. 불에 덴 듯한 고통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이 내가 처음 맛 본 레드독의 코스믹 볼이었다. 죽지 않으려면 재빨리 사용법을 익혀야만 했다.
번쩍 번쩍 빛나는 작고 무거운 공이 재머의 글로브로 되돌아가는 것을 멍하니 쳐다 보았다. 재머는 이미
승리하기라도 한 듯 나를 보고 웃으며 서 있었다.
뜨거운 피가 무릎 밑으로 흘러 내리는 것을 느끼며 다시 일어섰다. 공을 내던졌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공은 여전히 내 글러브에 붙어 있었다.
재머가 다시 팔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내 옆구리 살이 한웅큼 뜯겨져 나갔다.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몸을
꿰뚫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공은 다시 상대방의 손으로 돌아갔다.
군중들이 내 피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흥분했다. 재머는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팔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고개를 팍 숙였다. 공은 내 머리위를 스치고 지나가 군중들 속으로 날
아갔다. 그들은 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기에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다.
공이 다시 돌아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곤 재빨리 몸을 일으켜 온 힘을 다해 팔을 휘들렀다. 공은 상대방
을 향해 호물선을 그리며 약한 속도로 날아갔다. 재머는 쉽게 공을 피하고 다시 팔을 들어 올렸다.
그가 팔을 휘두르면 다시 살이 한웅큼 뜯겨나가겠지 생각하며 흠짓하는 순간, 재머가 상처 입은 짐승처
럼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듣고 얼른 쳐다 보았다. 내가 던진 공이 일정거리를 날아가 다시 되돌아 오면서
재머의 안쪽 허벅지를 훑고 글러브 안으로 돌아 온 것이었다. 피에 젖은 누렇고 붉은 살덩어리가 우리들
사이에 놓여 있었다.
두려움이 아닌 뭔가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재머가 기력을 회복하기 전에 재빨리 공을 다시 던졌다. 정
확히 재머의 복부를 맞추었다. 육중한 그의 몸통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그도 군중들도 챔피언의 몸통에
난 구멍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원시적인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온몸에 충만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옆으로 살짝 움직여
공이 돌아 오기를 기다렸다. 공은 재머의 왼쪽 이두박근을 핥으며 글로브 안으로 들어 왔다.
재머가 휘청거리면서 오른 팔을 휘둘러 공을 던졌다. 전과 같지 않게 힘없이 날아왔다. 내 몸에서 살을
뜯어낼 힘은 없을지 몰라도 공을 잡게 되면 손뼈가 으스러질 수도 있었지만, 왼손 글러브를 내밀어 공을
움켜 잡았다. 모두들 경악했다. 그런 식으로 공을 잡는 게임을 아버지와 하곤 했었는데, 아버지는 그것
을 야구라고 불렀었다.
재머의 살을 찢기 위해 다시 공을 드는 순간 유마 사령관이 우리 사이에 끼어 들며 나를 보고 점잖게 웃
었다. "여러분, 이제 그만합시다." 모두들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머의 공이 내 글러브를 떠나 다
시 그에게 돌아갔다.
내가 이긴 것이다.
-*-
레드독 내에서 주목받고 존경심을 획득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지만 나는 벌써 두 번이나 그것을 얻
었다. 심지어 재머마저도 병원에서 퇴원하게 된 후 나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해 왔다.
결투 후에 내 임무도 많이 바뀌었다. 사령관의 지휘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아직도 기본적인 훈련을 다
마치지 못했지만 해군이 될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초급장교로 임명되었을 때 누구를 부관으로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주저하지 않고 티토를 지명했다.
티토도 기꺼이 승낙했다. 신병에서 하사관으로 승진
하게 되는 셈이었으니까.
나는 새로운 계급장에 자긍심을 느끼게 되었다. 재머조차도 겨우 하사관이었다. 맡은 임무도 보다 수월
해졌다. 내 의지와 두뇌, 혹은 유마 사령관이 얘기하는 잔꾀만 부리면 되었다.
우주선이 은하계 가장자리에 있는 림(RIM)을 목표로 항해하고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우주선
과 화물들, 노예들을 제국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군벌들 중 한명에게 팔 예정이었다. 레드독의 전통에
따라 임무를 완수하면 승무원들 모두 푸짐한 상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 당시 내 인생에 남아있는 어두운 부분은 어머니에 관한 것이었다.
임무를 마친 뒤 새로 지급받은 흑색 군복을 입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무장한 해병대원 하나가 한 여인을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흔히 보는 광경이었다. 가축으로 취급받는 많은 여자들이 승무원들의 쾌락을 위
해 차출되고 있었으니까. 레드독의 그 누구도 그 점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단순히 노예일 뿐이
었다.
하지만 그 여인은 바로 나의 어머니, 사라 셰퍼드였다. 그녀는 자포자기한 모습으로 바닥을 쳐다보며 끌
려 가고 있었다. 좁은 복도에서 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섰는데 지나가면서 그녀는 한번
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눈을 내리깔고 지친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해병대원은 지나가면서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그들의 모습이 코너에서 사라졌다. 나는 아무런 기척도 내지 못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서 있었
다.
-*-
티토는 내 얘기를 들은 후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노예야, 토드," 친구 사이였기에 티토는 단 둘이
있을 때는 내 이름을 부르곤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어."
"하지만 내 휘하로 그녀를 데려올 수는 없을까?" 나도 이젠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대다수는 아니지만
일부 장교들은 자기만의 전용 노예를 갖고 있었다. 심지어 유마 사령관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연령층의
노예를 대여섯명이나 거느리고 있었다.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녀를 불러낼 수 있는 것 뿐이야. 그녀는 아직도 레드독의 소유거든."
희망이 없었다. 티토가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를 살 수는 있겠지."
순간 희망이 보이는 듯 했지만 곧 실망하여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언제 전리품에 대한 상금을 받게 되
지?" 노예들과 우주선을 판 대가를 말했다.
"림의 쥐새끼들이 물건을 확인하고 나서겠지. 각자 배당금을 받는 건 그보다 훨씬 늦게 회항하는 도중일
거야." 그것은 어머니가 내가 손을 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되면 그
녀의 인생은 익명의 노예로서 끝나게 될 것이었다.
나는 내 조언자에게 메모장을 돌려주며 그가 나가기 직전에 말했다. "그녀를 여기로 데려와 줘, 티토"
기꺼워하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나섰다.
-*-
비록 넓지는 않지만 개인 전용인 내 숙소로 그녀가 들어왔다. 티토가 해치문을 닫으면서 눈쌀을 찌프렸
다. 어머니는 손을 어깨 위로 올려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누더기 옷의 후크를 풀고 옷을 바닥으로
미끄러뜨렸다.
어머니가 알몸으로 서 있었다. 솔직히 그런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놀란 가슴으로 잠시 그녀의 알몸을 감상한 뒤 담요를 집어 들고 앞으로 다가갔다.
내 손이 어깨를 두르자 놀란 표정으로 쳐다 보았다. 갑작스럽게 담요로 가리는 정도가 아닌 푹 싸인데
놀라 쳐다보다가, 해적단 장교복을 입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더 놀라신 듯 했다.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더니 울음을 터뜨리며 내 가슴에 안겼다. 조심스럽게 침상에 뉘이고 나도
그녀의 곁에 누웠다. 우리는 오랫동안 꼭 부둥켜 안고 있었다.
-*-
레드독 대원들은 다른 사람의 성적 취향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어머니를 자주 부른다
는 소문을 듣고 몇 명인가가 나를 보고 윙크를 하곤 했다.
물론 나는 절대로.... 그런 의미에서는 어머니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이 내가 그녀를 보
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할 수 있는 한 자주 그녀를 부르는 것 뿐이었다.
함께 있을 때 그녀는 내 숙소를 청소하고 제복을 세탁했다. 말은 적게 하면서 어머니와 조언자로서의 역
할을 하려고 애썼다.
물론 그 역할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티토가 그녀를 '가축 우리'로 데려가려고 돌아올 때면 가끔씩 울곤
했다. 그녀가 돌아가고 나면 나도 몇방울씩 눈물을 흘리곤 했다.
어머니는 나와 내 누이를 키우던 때와 많이 달라저 있었다. 그녀도 림에 도착하면 자기의 신변에 닥칠
일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로 인해 적어도 몇 년간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가끔 나는 그녀와 함께 침대에 누워 그녀의 숨소리와 따스한 체온을 즐기곤 했다. 물론 옷은 입은 채였
다. 그녀는 거의 잠을 자는 적이 없었다. 내가 잠들 때 까지 누워 있곤 했는데 잠에서 깨어나 보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내 눈을 바라보고 있곤 했다.
그녀는 실의에 빠져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그녀를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
목적지에 당도하기 세 사이클 전에 티토가 나의 딜레마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다. 만약 내가 레드독의
다른 대원을 이긴다면 그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호이에를 죽였을 때는 그렇지 않던데?"
"그 당시 너는 대원이 아니었지. 당시 그의 소유물은 꽤 되었지만 말야."
나는 뭔가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재머는?"
갑자기 티토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죄송합니다, 토드님." 티토는 단 둘이 있을 때 거의 언제나 내
이름을 그냥 부르곤 했는데 '님'자를 갖다 붙였다. "꼭 써야할 데가 있어서 제가 무단으로 사용했습니
다. 이번에 당신이 다른 대원을 이기게 되면 그 재산을 모두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충격에 빠졌다. 호이에와 같은 놈을 죽이는 것과 재산을 빼앗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누군들 죽이지
못하겠는가? 기회만 있다면 유마 사령관이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
어머니는 내가 무슨 일을 벌이려는지, 또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설명하는 동안 가만히 듣고
만 있었다. 다음 두 사이클 이내에 나는 죽게 되고 말 것이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평소에 우리
가 단 둘이 있을 때 그러했던 것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
"우리가 림에 도착하기 전에 충분한 돈을 벌게 되면 어머니를 구해낼 수 있을 거예요."
놀랍게도 어머니는 한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일어나 내 여벌의 제복을 모아 들고는 자기가 할 일을 하러
갔다.
-*-
티토는 어머니를 구할 정도의 재산이 있는 오래된 대원들의 명단을 한웅큼 가져 왔다. 명단의 이름을 들
으며 나는 곧 죽게 될 것임을 알았다. 아무튼 그들이 레드독 내에서 오래 살아 남은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었으니까.
내 부관은 내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토드님, 쟈니가 당신의 어머님을 자주 부른
다는 사실을 아시죠?"
처음엔 별로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많은 대원들이 그녀를 불러내곤 했으니까. 어머니가 나를 자주 방
문하는 것에 대해서 동료 대원들은 자기들이 그녀와 한 짓을 나도 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나는 가장 적합한 대상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 적당한 구실을 갖다 부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비록 질투심이 유마 사령관과 동료들에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는 이유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티토에게 쟈니가 임무를 마쳤을 때 보고하도록 말했다.
-*-
"쟈니?" 나는 상사의 어깨 뒤에 서서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무장을 하고 있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 보았다. 경험이 많은 해병대원에게는 내가 무척 조그맣게 보였을 것이다.
"얍! 뭐 도와드릴깝쇼, 소위님." 장교와 사관,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 보았다. 그는 나를 올
려다 보며 어째서 재머가 나 같은 놈에게 당했는지 가늠질 하는 듯이 보였다.
"자네에게 결투를 신청하겠네."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었는데, 쟈니는 커다란 머리통을 뒤로 제끼며 껄껄대고 웃
었다. 함께 앉아 있던 그의 동료들도 전염이 된 듯 낄낄 거렸다.
고개를 다시 숙였을 때 쟈니는 너무 웃어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진담이쇼, 소위?" 그는 내가 마치
농담이라도 한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상사. 난 진지하다네."
폭소는 그쳤지만 여전히 웃으면서 쟈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커 보였다. "좋
아, 장소와 시간을 정하게."
약속을 정하고 돌아서서 나왔다. 해치문을 닫을 때까지 뒤에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자네 지옥에서 초청장이라도 받은 건가, 셰퍼드군?" 유마 사령관은 화가 나 있었다.
나는 부동자세로 서서 눈 앞을 직시하고 있었다.
"소위로서 충분한 훈련 시간과 경험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사령관님." 나는 배운대로 커다랗게 복창했다. 쟈니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숙소로 돌아오자마
자 사령관에게 불려 갔다. 소문은 그만큼 빨랐다.
"죽고 싶어 환장했나, 젊은이!"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항해 하는 동안 내 배에서 세 번씩이나 결투
를 벌일 수는 없어, 셰퍼드군." 사령관은 호이에의 경우도 결투로 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미안합니다, 사령관님." 내 결투를 포기하게 하려는데 대해 정중하게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마 사령관은 의자에 앉으며 팔장을 끼었다. "편히 서게. 자유롭게 말해도 좋아." 자세는 풀었지만 눈
은 여전히 정면을 응시했다. "왜 쟈니에게 도전을 했나?"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어머니 때문입니다, 사령관님. 사라 셰퍼드가 제 어머니 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유마 사령관도 그녀가 내 숙소를 자주 방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그녀가 승무원
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여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침묵이 지속되자 좀 더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쟈니가 제 어머니를 자주 불러내고 있
습니다."
한참 더 침묵이 계속되었다. 사령관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질하고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로 거의 들리지 않게 그가 말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 다닌다네, 셰퍼드군."
내가 아는 한 유마 사령관도 적어도 한번은 불렀었다.
"그녀는 노예입니다, 사령관님." 아무래도 진정한 이유를 밝혀야 할 것 같았다.
"그래."
"림에 도착하면 하선하게 될 것입니다, 사령관님."
잠시 침묵이 더해졌다. "설명해 보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내 상관을 믿고 존경했다. 만약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그가 알아낸다
면 내 인생은 혜성 꼬리보다도 가치가 없게 될 것이었다. "쟈니는 상당한 재산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으
로...."
"자네의 노예 엄마를 살 수 있다는 거지?"
나는 평상시 어조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자넬 설득할 수는 없겠구만... 하지만 셰퍼드군, 그녀는 단지 노예일 뿐이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이
말은 모욕으로 들릴지도 몰랐다.
"저는 그녀를 제 전용 노예로 하고 싶습니다, 각하." 나는 물론 그녀를 자유롭게 만들고 싶다고 솔직히
말할 정도로 멍청한 편은 아니었다. 그것은 조직의 규율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했으니
까.
"자네 쟈니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나?"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그럼 그가 대원 선발 훈련기간 중에 이십명이 넘는 도전자들을 물리친 것도 알고 있나?"
그 말에 전율을 느꼈다. "아닙니다, 사령관님. 몰랐습니다."
-*-
이젠 돌이킬 수가 없었다. 티토에게 나가 있으라고 말하고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죽게 될 것이 뻔했다. 나보다 더 강한 자들을 짓이겨 놓은 사내에게 살해
당하게 될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노예 상태에서 구할 기회가 있는 데도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더 이상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머니는 내 몸에서 제복을 벗겨 내고 젖은 수건을 갖다 댔다. 천천히 끈기와 애정을 가지고 그녀는 내
피부를 닦아 주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성으로서 사라 셰퍼드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살찐 편이 아닌 볼륨이 있는 몸매를 갖고 있었다. 커다란
젖가슴과 부드러운 엉덩이, 그리고 늘씬한 각선미. 하지만 자라면서 내가 보아왔던 두 눈의 생기는 사라
지고, 이제는 그녀의 나이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내가 말을 붙이지 않는 한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림에 도착하기도 전에 어머니의 육체와 마음이 이미 완전히 노예로 길들여진 것이 아닌가 하고 덜컥 겁
이 났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결투에서 살아남든 죽든 별로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엄마...."
"음?" 내 피부를 젖은 수건으로 닦는 손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왜 그렇게 말이 없죠?" 어머니는 대답이 없었다. 내가 죽을까봐 두려워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말씀해 보세요?"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 마시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난 네가 이기게 될까봐 두려워."
속삭이듯 나직한 음성이었지만 숨이 멎게 될 만큼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나는 전혀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도 내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의 손길을 밀쳐 내었다.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내가 죽길 바라세요?" 그녀에게 마구 고함을 질러댔다. "림의
쥐새끼들의 창녀가, 노예가 되고 싶으세요?"
그녀는 바닥에 꿇어 앉아 손과 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었다.
서둘러 옷을 걸쳐 입고 숙소에서 뛰쳐 나갔다. 내가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나 자신도 놀
랄 지경이었다.
-*-
만약에 명예도 지키고 목숨도 지키면서 결투를 그만둘 방법이 있었다면 쟈니가 이긴 것으로 해 놓고 어
머니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가도록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 그녀는 내가 지는 것을, 아니 죽는 것을 바라
고 있었다. 그러면 쟈니같은 자들이 계속 그녀를 가축처럼 취급하게 될 것이다.
티토의 도움을 받아 가며 우주복을 착용했다. 숙련된 해병대원으로서 쟈니는 무중력 상태에서도 유연하
게 움직일 수 있었다. 내가 어째서 죽기 위한 결투방법으로 이런 걸 택했던가?
쟈니는 무중력 상태에 익숙해 있었지만, 나는 대원으로 가입된 다음 움직이는 방법을 몇가지 익혔을 뿐
이었다. 근육질의 해병대원은 내가 어떤 장소나 무기를 선택할 것인지 미리 알지 못했다. 사실 그는 관
심도 두지 않고 있었다.
나는 에어록에 서서 유마 사령관이 규칙을 설명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쟈니는 반대편 어딘가의 에어
록에 있을 것이었다. 해병대원이 으르렁대며 하는 말이 멀리서 들려왔다. "예, 알겠습니다."
우주복을 입고 복창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평상시 말투로 대답했다.
에어록이 열리자 별들을 바라보았다. 곧 죽게 될 거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
레드독이 이 우주선을 나포할 때 폭파한 갑판 위의 찢겨진 금속 뒤에 숨어 있은 지 한참이 지났다. 어릴
적에 배운 잔재주를 떠올리며 상대방이 다가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며 숨어 있었다. 한시간쯤 지났을
까. 쟈니도 나와 똑 같이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 때 그가 핏빛의 붉은 우주복을 입고, 무기도 꺼내들지 않은 채 평상시 임무를 수행할 때 처럼 몸을
노출 시키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주선 안에서는 임무 수행 중이 아닌 모든 대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지켜 보고 호흡도 듣
고 있었다. 그들도 나처럼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쟈니는 글로브를 낀 양 손으로 고고 스틱(Gorgo stick)을 움켜 쥐었다. 아이들의 장난감이 무기로 개조
된 것인데 스틱 끝부분에는 미약한 정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것을 살짝 휘둘르기만 해도 살과 가죽을
조각낼 정도의 전기장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스틱을 먼저 휘두르는 쪽에게 승산이 있었다. 내가 먼저 공격할 수 있기를 바랬지만 쟈니도 내 동작을
눈치채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의 경험은 나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거구의 해병대원은 우주선 선체에 찰싹 달라붙는 마그네틱 부츠를 내딛으며 천천히 구석구석을 훠어 보
며 내가 움크리고 있는 장소를 지나갔다.
나는 그때까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어리석을 정도의 무모함과 용기를 동시에 발휘했다. 마그네틱 부
츠를 살짝 뗌과 동시에 바닥을 힘껏 찼다. 그 바람에 목표물을 향해 바닥에 바싹 붙어 엎드린채 우주공
간을 날게 되었다. 부츠를 선체에서 떼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지만 어차피 죽게 될 거라고 작정
했기에 개의치 않았다.
고고 스틱의 사정거리까지 다가가기도 전에 쟈니가 나를 향해 몸을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고고 스
틱이 무척 빠르게 회전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너무 높
았다. 그와 한뼘 정도 거리까지 접근했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쟈니의 다리 뿐이었다.
그때부터는 슬로우 모션처럼 일이 진행되었다. 고고 스틱을 쟈니의 정강이를 향해 휘둘렀다. 아무런 저
항도 느끼지 못했는데 갑작스럽게 안면부에 붉은 핏덩어리가 쏟아졌다.
앞으로 전진하며 쟈니와 부딪쳤다. 잠시 부둥켜 안고 휘청거렸는데 그가 나를 밀어 내며 우주선으로부터
떨어졌다. 글로브를 낀 손으로 안면부를 문질러 핏덩어리를 씻어냈다. 쟈니의 부츠와 잘린 두 다리가 보
였다. 무릎 아래에서 절단되어 갑판에 매달려 있었다. 쟈니는 여전히 고고 스틱을 움켜 쥔 채 빙글 빙글
돌면서 우주공간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의 다리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며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우주선은 계속 항진하고 있었다. 선체 밖에서 그 광경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비록 이기긴 했지
만 언젠가 죽게 되겠지.... 어머니는 그녀의 소원을 이루게 될 것이고...
갑자기 보이지 않는 힘이 내 몸을 천천히 끌고 가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유마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
려왔다. "잠시만 기다리게, 곧 자네를 선내로 데려올 테니까."
-*-
승무원들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놀란 표정들이었다. 재머 때 보다도 훨씬 더했다. 어느정도 행운
도 따라주어 이길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재머가 내 편에 걸어 딴 돈을 한뭉치 흔들어 대면서 내가 우주
복을 벗기도 전에 어깨를 계속 두드리며 마구 칭찬을 퍼붓는 것이었다.
유마 사령관이 군중들 너머로 말을 했다. "내 생각에 자넨 해병대가 되는 것이 더 어울리겠네, 셰퍼드
군."
티토에게 옷을 맡기고 환호하는 군중들-그들 대부분은 나 때문에 내기에서 잃었지만-에게 몸을 맡기고
숙소로 돌아갔다. 티토와 나는 시끄럽게 떠들고 웃어대는 군중들을 뒤로 하고 문을 닫았다.
레드독들은 피를 사랑했고, 훌륭한 격투를 사랑했다.
티토가 먹을 것을 가져왔을 때까지도 몸속에 미쳐 날뛰는 아드레날린의 기운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앉아
있었다. 한참 동안 먹지도 못하고 그저 이빨을 드러내고 히죽히죽 웃고만 있었다.
"나도 돈을 잃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어." 티토는 내 등을 찰싹 두드리며 말했다. 그의 커다란 함박
웃음 앞에 나도 웃음으로 답했다. "제기랄, 토드, 그건 내가 본 중에서 가장 멋진 격투였어." 그의 입가
에서는 한동안 웃음가 가시지 않았다.
"티토.... 어머니를 불러 줘."
-*-
결투에서 이긴 뒤 처음으로 레드독의 노예이자 포로인 사라 셰퍼드가 내 숙소로 불려 왔다. 조직의 기준
으로 보더라도 이제 나는 부자였다. 금과 토지와 무기와 탄약, 노예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명성
과 존경심이었다. 모든 것이 내가 노련한 대원을 결투에서 이김으로써 쟁취된 것들이었다.
유마 사령관은 서둘러서 어머니의 노예 계약서를 나에게 매각했다. 그럼으로써 내가 그에게 더욱 충성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살아 남았다는 데 행복해 하며 웃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부자가 되었고 또 림의 쥐새끼들의 노예 신세
가 될 뻔 했던 어머니도 구해낸 것이었다.
그녀는 입구에 서 있었다. 오한에라도 걸린 듯 부들부들 어깨를 떨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엄마? 내가
이겨서 그래요?"
대답이 없었다. 내 얼굴에서 웃음이 싹 가셨다. "실망시켜서 미안해, 사라." 처음으로 어머니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난 살아 남았다구."
천천히 그녀는 팔을 들어 올렸다. 가녀린 어깨에서 낡은 의복을 벗겨냈다. 옷가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친어머니가 내 앞에 나체로 서 있었다.
-*-
"엄마....?" 그 광경에 놀라 분노가 가라 앉았다.
그녀의 피부는 무척 하얗고 부드럽게 보였다. 다리 사이의 털은 머리카락 색깔보다 짙고 무성하고 곱슬
곱슬했다. 커다랗고 새하얀 젖가슴엔 푸른 정맥이 드러나 보였다. 전에도 말한 바와 같이 그녀는 무척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결투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날뛰고 있기 때문인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지가 부풀어 오르더니 제복을
밖으로 밀어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바닥에 무릎을 끓고 나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그녀가 내
제복 앞자락에 와 닿을 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고의로 내 눈을 외면하고 있었다.
내 친어머니이자 나의 노예이며 나를 낳아 준 여인, 사라 셰퍼드는 입을 벌리고 내 자지를 빨기 시작했
다.
그것이 내게는 첫입술이었고, 이성과의 성적 첫접촉이었다. 무척 좋은 느낌이었다.
어머니가 왜 동료들한테 그토록 인기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곧 정액이 내 고환에서 들끓는 것이 느
껴졌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얼굴을 앞뒤로 펌프질했다. 마치 해적으로서의 부여받은 나의 새생명을 몽땅 빨아들
이려는 것 같았다. 강하고 사내다운 해적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생생하고 충만한 느낌이었다.
정액이 끓어 올라 힘차게 발사되었다. 그 반동으로 어머니의 머리가 뒤로 제쳐질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
로 힘찬 사정이였다. 그녀는 내 자지를 몽땅 흡입한채 귀두를 목구멍 너머로 삼키고 있었다. 그 바람에
뜨거운 액체들이 그녀의 목구멍 너머로 계속 분출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쓰러질 듯 휘청거리는 상태에서도 내 자지는 여전히 발기한 상
태 그대로였다. 어머니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절을 했다.
성적인 첫접촉이었을 뿐만 아니라 처음 맛본 가학적 쾌감이었다.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
내가 그녀를 가랑이 사이에서 끌어 올려 침대로 거칠게 밀어 부쳐도 사라 셰퍼드는 전혀 반항하지 않았
다. 그녀는 능숙하게 다리를 벌려 주었고 나는 그 위에 몸을 실었다.
별로 헤매지도 않고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자 마자, 내 자지는 어머니의 놀라울 정도로 축축하고 뜨거운
용광로 같은 보지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녀의 몸을 침대에 거칠게 밀어 부칠 때 그녀는 처음으로 내 눈
을 쳐다 보았다.
"아직도 내가 죽지 않아서 유감인가요, 엄마?" 분노와 욕정 속에서 그녀를 유린했다. 내 모든 힘은 자지
에 쏠렸고 그것은 또 나를 낳은 여인의 몸속으로 전달되었다.
눈물이 그녀의 빰을 타고 흘러 내렸지만 그녀의 두 눈에서는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광채가 빛나고 있었
다. "난... 내가 원한 건 그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랬을 뿐이야!"
허!? 나는 씹질을 멈추고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어머니는 내 밑에서 요분질을 치려고 엉덩이를 들
썩 거리며 보지를 밀어 올렸다. 힘으로 그녀의 몸을 침대에 밀어 부치며 엉덩이를 꼼짝 못하게 붙잡았
다.
무척 화가 난 매서운 눈초리로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이런 걸 원치 않았던 거야.... 네 노예가 되는
걸....", 그녀는 손으로 내 엉덩이를 움켜 쥐며 숨을 몰아 쉬었다. "이건 잘못된 일이야.... 한데 난 네
소유가 되길 간절히 원하고 있어...."
그 말이 놀라 물었다. "내 소유가 되길 원한다구요, 엄마?"
"그래요, 아드님..... 아, 나의 주인님." 색다른 어조였지만 웬지 듣기 좋았다. "저도 알고 있어요, 주
인님. 저를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제가 당신의 노예가 되고, 애인이 되는 길이라는 걸.... 그리고
저도 그걸 간절히 바라고 있다구요." 그녀의 보짓살이 꽉 죄어 오는 바람에 나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다시 그녀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사라 셰퍼드가 오르가즘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헐떡이며 말했다. "헉! 헉! 엄마를.... 태양 너머로 보내
줘, 내 사랑!"
-*-
그 모든 일이 믿기지 않았다. 겁많고 순진한 소년이었던 내가 조직 내에서도 존경받는 해적이 된 일이나
나를 낳아 준 어머니가 내 노예-그것도 단순한 노예가 아닌-가 된 일이나...
사라 셰퍼드는 무척 점잖고 우아한 노예였다.
토드에게 말해 그녀에게 깨끗하고 멋진 옷을 마련해 주라고 했다. 그녀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카락
도 손질하고 손톱과 발톱에 매니큐어도 칠하고 곱게 화장도 하고 돌아왔다. 선실문을 열고 들어 섰을 때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처음 보았다. 전쟁의 와중에, 또 가축과도 같은 노예 상태에 있을 때는 지저분
한 차림의 모습만 보아 왔었기에 전혀 의식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 어머니가 그토록 아름다운 용모와 훌
륭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니...
어머니는 자신의 변신에 대해 흡족해 하면서도 부끄럽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들에게 잘 보이기 위
해 곱게 단장을 해야 하다니...
그녀는 토드나 다른 사람이 함께 있을 때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제나 구석에 앉아 다소곳이 고개
를 숙이고 내 제복을 손질하든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점은 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다른 점이
라면 그녀의 두 눈에 생기가 가득차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면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장난기가 가득 찬 웃음을 머금으며 엉덩
이를 흔들며 다가와 내 무릎 위로 기어 올라오곤 했다. 음탕한 말과 감미로운 속삭임. 예전에 우리 행성
에서 우리 가족이 살 때보다 열 배는 말이 많아져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어머니가 아니라 마치 누이
를 안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젊은 계집애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사라, 넌 정말 예뻐. 널 사랑해." 나는 어깨 너머로 손을 뼉쳐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사
실 어머니는 세월을 거역하기라도 하는 듯 점점 더 젊고 매력적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사라도 당신을 사랑해요, 주인님. 사라는 당신의 영원한 종, 사랑스런 노예, 귀여운 애인이 될 거예요.
절 버리시면 안돼요. 주인님이 만약에 절 버리시면...." 그러면서 그녀는 벌거벗은 젖가슴을 내 등뒤에
찰싹 갖다 대며 고개를 디밀어 귓볼을 콱 깨물었다.
"아얏!" 나는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그녀는 내 몸을 돌아 무릎 위에 걸터 앉아 내 자지로 자기 몸을 꿰
뚫고는 양손으로 내 빰을 바쳐 들었다.
"당신을 낳을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뻐요, 주인님." 그러면서 고개를 숙여 내 입술에 촉촉한 입술을 갖다
댔다. 감미롭고 매끄러운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신선하고 따뜻한 침이 모유처럼 혀를 타고 넘
쳐 흘렀다. 꿀꺽! 꿀꺽! 나는 그녀의 신선한 침을 게걸스럽게 받아 삼켰다.
그녀의 엉덩이 살을 양쪽에서 콱 움켜 쥐었다. 그녀의 엉덩이는 위아래로 요분질 치며 내 자지를 공략하
고 있었다. 쫄깃쫄깃한 근육덩어리가 내 자지를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정액을
분출하려는 순간 이미 그녀는 오르가즘에 빠져 들어가 있었다.
"아, 앙, 학!!!! 나의 귀여운 주인님.....악, 나의 주인님.... 아-악! 주인님...........어서 이 엄마
를..... 사라를....... 보내 주세요.........."
나의 어머니, 사라 셰퍼드는 귀엽고 음탕한 노예가 되었다.
언제나 나를 성적으로 흥분 시키며 항상 사용 가능한 상태로 자신을 꾸미면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
다. 다른 노예들과 마찬가지로 속옷은 걸치지 않은 채 가끔씩 힐긋힐긋 속살을 내비치며 내가 흥분해 하
는 모습을 보며 만족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천성이 아니었다. 어릴 적에 나를 키울 때부터 그녀는 지적이고 단정한 편이었다.
보이지 않는 정신적 가치를 따르고 자식들이 도덕심을 갖고 자랄 수 있도록 극도의 공포와 굶주림 속에
서도 꿋꿋하게 버텨 오던 여인이었다. 하지만 레드독의 가축 우리에서 노예가 되어 승무원들에게 불려
다니면서부터 그녀의 인격은 파괴되고 자존심은 짓밟히고 말았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존
재를 깡끄리 잊기로 하고 천성의 노예인양 탈바꿈하고 만 것이었다.
하지만 나를 만난 뒤로 그녀는 점잖고 우아한 노예가 되었다.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대원
들은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노에가 되었고, 또 나의 친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
는 대원들은 그녀의 불행한 운명에 동정을 표시했다. 그 점은 나도 동감이었다.
비록 귀여운 나의 어머니, 사라 셰퍼드와 성적 쾌락에 탐닉하며 그것을 즐기고 있기는 하지만, 만약에
그녀가 불행한 운명을 피할 수만 있었더라면 여전히 우아하고 존경받는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데는 의문
이 없었다.
어느 날 나는 선채로 어머니를 포옹하며 그녀의 두가지 모습을 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노예로서의 지금
모습이나 아니었을 경우의 모습이나.... 그러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아무 말없이 내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춰 주었다.
"나도 알고 있어, 토드야. 네가 날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다시 그녀는 내 입술에 깊은 키스를 해주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게 내 운명인 걸. 이젠 나도 지금의 이런 내 모습이 더 좋아. ..... 토드,
네 노예가 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난 영원히 네 사랑스런 노예가 되고 싶어."
그러면서 그녀는 내 목에 팔을 두르고 귀여운 눈초리로 내 눈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어쨔든 이것만은 분명해요. 어떤 운명을 거쳤다고 해도 사라는 늘 당신의 것이었을 거예요. 사랑해요,
나의 주인님!"
아마도 내가 그녀의 두가지 모습, 우아함과 천박함, 정숙함과 음탕함, 점잖음과 귀여운 양쪽 모습을 모
두 사랑한다는 점이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우주해적의 전용 노예로서의 삶
에 만족하며 전보다도 더욱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의 말대로 영원히 사랑스럽고 귀여운 노예가 되
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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